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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보호법, “첨단산업 마중물? vs 개인정보 침해?”_틱톡 팔로우해서 돈 벌어_krvip

상품을 살 때 가격비교 사이트를 이용합니다. 가끔 생소한 사이트에 들어가면 회원가입시 할인쿠폰을 준다는 내용이 뜹니다. 별 생각 없이 간단한 개인정보를 남기고 쿠폰을 받습니다. 내가 남긴 개인정보는 인터넷 쇼핑몰을 포함해 그 누군가에겐 소중한 자산이 됩니다.

페이스북과 유투브는 이미 '내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좋아요'를 누르고 동영상을 클릭할 때마다 나의 취향과 습관이 해당 사이트에 남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페이스북과 유투브는 내 취향을 저격합니다. 관심을 가질 만한 뉴스, 동영상, 쇼핑몰을 반복적으로 보여줍니다.

우리의 진료기록은 건강보험공단에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통장을 만들 때, 휴대폰을 개설할 때, 원하는 상품을 구매할 때 우리는 정보를 남깁니다. 이름, 생년월일, 성별, 집 주소, 이메일주소는 물론이고 사안에 따라 계좌 번호, 카드 번호, 치료 내역까지 적어 냅니다.

■ 이름을 지운 내 정보, '가명정보'

이렇게 쌓여가는 정보의 양은 얼마나 될까요? 진료기록을 관리하는 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한 빅데이터만 3조 5천억 건이 넘습니다.

최근 발의된 법안에 대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지난해 11월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입니다.

이 법안의 핵심은 개인정보를 가명으로 처리해 활용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의료기록 나아가 생체정보를 '개인 정보'라고 한다면 그 정보를 A,B,C 혹은 1,2,3 등의 익명으로 바꾸는 겁니다.

이렇게 익명 절차를 거친 개인 정보를 본인의 동의 없이 통계작성이나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 보존 등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법안입니다.

■ "빅데이터가 곧 자산...AI 등 첨단 기술과 결합해야"

이 법안을 반기는 쪽은 대체로 연구·개발자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 기술로 각종 데이터는 '이미 쌓여있는데', 이 훌륭한 자산을 갖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활용을 못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2017년 스위스 국제경영대학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내 기업의 빅데이터 이용률은 7.5%에 불과합니다.

방대한 빅데이터를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과 연계하면 치열한 경쟁 속에 있는 4차 산업 혁명에서 한발 앞설 수 있습니다. 빅데이터 활용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견해입니다. 거세지는 보호무역과 저성장 기조에서 우리나라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예컨대 가명 정보를 이용하면 한 50대 남성이 대체로 어떤 병을 갖고 있고, 어떤 물건을 주로 사고, 어떤 곳으로 여행을 가는지 등에 대한 경향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이 가공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합니다. 공익적으로는 공공 서비스나 정책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업체는 맞춤형 마케팅이나 상품을 개발하고, 제약회사는 혁신적인 신약을 개발할 수도 있습니다.

무상의료운동본부,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6개시민사회단체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습니다. 2019. 8.29.
■ 내 동의 없이 가공·사용·판매?..."성장에 눈 먼 개악"

보건의료·시민사회단체들은 반발합니다. 특히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데 주목합니다.

아무리 '공공성'을 강조한다고 해도 이미 통신, 의료 등 여러 분야에서 개인정보를 범죄에 사용한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약학정보원이 2011년~2014년까지 수집된 처방전 정보를 한 다국적 업체에 약 20억 원에 팔고, 이를 분석한 결과를 다시 제약회사에 약 100억 원에 또 팔아넘긴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이때 사용된 개인 진료기록은 무려 43억 여건, 피해자는 4천8백만 명에 달합니다.

또, 암호화되었다지만 내밀한 정보가 드러날 수도 있습니다. 한국엔 해외에서는 드문 주민등록번호 제도가 있어 마음만 먹으면 재식별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에는 학술적 통계적 목적을 빙자해서 폭넓게 상업적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피해를 누가 제일 많이 보느냐? 사회적 약자들이 그 피해를 가장 많이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 개인정보보호법의 법안 심사 소위 통과를 반대하고 시민사회와 국민들에게 더욱 폭넓게 의견을 수렴할 것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 인권위원회 "과학적 연구 기준 모호...보완해야"

국가 인권위원회는 지난달(7월), 이 법안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가명처리의 목적 가운데 '과학적 연구'의 범위가 모호해 가명 정보가 오·남용될 우려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인권위는 가명 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 활용할 때에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없는 경우'라는 요건을 추가하도록 했습니다. 또 가명 정보를 목적 외 이용 또는 제3자에게 제공 시에는 이를 '공표'하도록 하는 등의 안전 조치를 추가하도록 결정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 데이터를 전자화해 저장하는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AI 기술은 개발해 놨는데 이 AI를 학습시킬 빅데이터가 없어 속앓이를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성장을 위해 윤리를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곤혹스런 과정이라도 치열한 고민과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